우울증과 해마 신경세포 생성의 연결고리

연구 소개

2026년 8월 21일 국제 학술지 『Nature Medicine』에 우울증과 성인 해마 신경발생의 관계를 다룬 연구가 발표됐습니다. 컬럼비아대학교 정신과 마우라 듀폰(Maura Dupont) 교수님이 이끈 연구로, 마들렌 펭(Madeleine Peng)과 지아린 지앙(Jialin Jiang)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습니다.

논문 제목은 「Dysregulated adult hippocampal neurogenesis in major depressive disorders」으로, 연구진은 우울증 환자의 사후 뇌 조직을 분석해, 성인이 된 뒤에도 해마에서 새로운 신경세포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우울증에서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봤습니다.

연구 동향

뇌의 신경세포는 태어난 뒤에는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오랫동안 널리 받아들여졌습니다. 하지만 이후 연구를 통해 성인의 해마에서도 새로운 신경세포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이를 성인 해마 신경발생(adult hippocampal neurogenesis)이라고 합니다.

해마는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고 서로 비슷한 경험을 구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동물 연구에서는 새롭게 만들어진 신경세포가 비슷한 두 경험을 서로 다른 기억으로 구분해 저장하는 과정에 관여한다는 결과가 꾸준히 보고돼 왔습니다.

다만 사람의 뇌에서는 이 과정을 직접 확인하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살아 있는 사람의 해마 조직을 세포 수준에서 조사하기 어렵기 때문에, 성인에게 실제로 어느 정도의 신경발생이 일어나는지, 정신질환이 이 과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두고 오랫동안 논의가 이어져 왔습니다. 최근에는 개별 세포에서 어떤 유전자가 작동하는지 살펴보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의 뇌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더 세밀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무엇이 새로운가

이번 연구의 중요한 점은 우울증 환자의 해마에서 신경세포가 새롭게 만들어지는 과정을 사람의 뇌 조직을 이용해 세포 수준에서 자세히 살펴봤다는 데 있습니다. 특히 항우울제를 복용하지 않은 우울증 환자의 조직을 분석해 약물 치료가 결과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줄였습니다.

연구진은 신경줄기세포가 어린 신경세포를 거쳐 점차 성숙한 신경세포로 변하는 과정을 추적했고, 우울증 환자에서는 이 과정의 여러 단계가 우울증이 없는 사람과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우울증을 특정 신경전달물질의 변화만으로 설명하는 데서 벗어나, 새로운 신경세포가 만들어지고 성장하는 과정 자체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우울증을 보다 복합적인 세포·분자 수준의 변화로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단서를 제시한 것입니다.

연구 방법론

연구진은 우울증 환자와 우울증이 없는 사람의 사후 뇌에서 얻은 해마 조직을 분석했습니다. 전체 분석 대상은 약 50만 개의 세포였습니다.

각 세포에서는 어떤 유전자가 활발하게 발현되는지 살펴보고, 유전자가 얼마나 쉽게 활성화될 수 있는 상태인지와 단백질의 양도 함께 조사했습니다. 한 종류의 정보만 분석한 것이 아니라 여러 층위의 분자 정보를 종합적으로 비교한 것입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신경줄기세포가 어린 신경세포를 거쳐 성숙한 신경세포가 되는 과정을 재구성했습니다. 이후 각 단계에서 우울증 환자와 우울증이 없는 사람 사이에 어떤 차이가 나타나는지 비교했습니다.

주요 결과

 
 

우울증 환자의 해마에서는 새로운 신경세포가 만들어지고 성숙하는 여러 단계에서 정상적인 신경발생과 다른 양상이 나타났습니다. 단순히 성숙한 신경세포의 수만 달라진 것이 아니라, 신경세포가 만들어지고 성장하는 과정 전반에서 변화가 확인됐습니다.

또한 우울증 환자의 해마에서는 스트레스와 염증 반응에 관여하는 유전자 신호에도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신경세포가 서로 연결되는 과정과 세포가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에 관련된 유전자에서도 차이가 확인됐습니다.

이러한 변화 가운데 일부는 우울증 위험과 관련된 유전적 변이와 겹쳤지만, 모든 차이가 유전적 요인만으로 설명되지는 않았습니다. 스트레스나 노화처럼 살아가면서 겪는 여러 요인도 해마의 세포 상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시됐습니다.

새로운 해마 신경세포는 서로 비슷한 기억을 구분하는 과정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확인된 신경발생의 변화는 우울증 환자가 경험할 수 있는 일부 기억·인지 증상을 이해하는 데 하나의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연구의 결론과 한계점

이번 연구는 우울증 환자의 해마에서 성인 신경발생 과정이 달라져 있다는 사실을 사람의 뇌 조직에서 세포 수준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우울증을 단순히 특정 신경전달물질의 변화로만 바라보기보다, 신경세포가 새롭게 만들어지고 성장하며 서로 연결되는 과정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해마 신경발생의 변화가 기억과 인지 기능의 변화와 연결될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우울증의 다양한 증상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 방향도 제시했습니다. 앞으로 우울증 환자마다 나타나는 서로 다른 세포·분자적 특징을 구분할 수 있다면, 이러한 차이를 바탕으로 치료 전략을 세분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 연구만으로 해마의 신경발생 변화가 우울증을 직접 일으킨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습니다. 연구진이 분석한 것은 사후 뇌 조직이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가 우울증이 시작되기 전부터 존재했는지 아니면 우울증을 겪는 과정에서 나타났는지를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신경발생의 변화가 우울증의 원인인지 결과인지, 혹은 두 과정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지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는 살아 있는 사람의 뇌에서 이러한 변화를 추적할 수 있는 연구와 함께, 신경발생의 변화가 실제 증상과 어떤 관계를 갖는지 확인하는 연구가 필요합니다.

참고문헌

Columbia University Irving Medical Center. (2026, August 21). Depression stalls formation of new brain cells. https://www.cuimc.columbia.edu/news/depression-stalls-formation-new-brain-cells

Dupont, M., et al. (2026). Dysregulated adult hippocampal neurogenesis in major depressive disorders. Nature Medicine. https://doi.org/10.1038/s41591-026-045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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